최근 다양한 철학 도서들이 각광받고 있으나, 개인적으로 그러한 책을 선호하지 않았던,,
이유는 몇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원한 건 그 사람들의 사상과 그에 대한 설명이었기에 해당 책들은 뭐랄까 많이 라이트한 느낌이라 별로 내키지 않았다..
 
그 때 이 책을 SNS에서 보고 흥미가 생겼고, 첫 장을 읽는 순간, (원래 '들어가며' 이런 장 잘 안 읽는데, 이번에는 왜인지 손이 갔다..) 매우 매우 마음에 들었다..! 딱 내가 원한 정도의 수준이었고, 무엇보다 작가가 글을 진짜 이해하기 쉽게 잘 썼기에 읽기에도 무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작가가 쓴 말 중 몇 개만 발췌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맥락을 잘라버리는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 순간의 느낌들을 적어보고 싶어 이러한 방식으로 글을 작성해 본다.


👓 작가-독자

여담인데, 데리다의 저작을 읽으면 최근 강해지고 있는 “이해하기 쉽게 쓰지 않는 것이 나쁘다”라고 하는 독자 중심의 태도가 얼마나 천박한지 깨닫게 됩니다. 데리다는 매우 복잡한 것을 쓰는데, 그것은 데리다 자신이 먼저 다른 사람의 텍스트를 지극히 고해상도로 읽는 사람이기 때문이고, 애초에 “읽는다는 것은 이 정도는 읽는다는 거죠?”라는 기본값의 기준이 턱없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p.36)

 

이 부분을 다른 친구에게 보여주자, '입문서 쓴 사람이 할 말은 아닌데..?'라고 했지만 내 생각은 오히려 반대이다.

일단, 이 작가는 글을 진짜 이해하기 쉽게 잘 쓴다. 그게 오히려 이 말의 신뢰성을 더 높여주는 느낌? 뭔가 "독자도 책 읽을 때는 어느 정도 노력은 해야지.."라고 말하는 듯하면서 이 맥락상 공감이 되기도 하는 부분이었다.

무조건적으로 '어렵게 적어도 독자가 이해해야지!'가 아니라 '텍스트를 고해상도로 읽으려는 노력은 해봅시다'로 읽혔기 때문.

 

비슷한 맥락에서 아래의 문장도 많은 공감이 되었다.

어떤 철학서든 그렇지만, 철학서에는 “보통으로 읽는다”라는 것이 없습니다. 철학책은 모두 암호화된 파일 같은 것으로, 어떻게 자물쇠를 풀고 어느 정도 이해 가능하게 하느냐에 따라 연구자들이 다양한 읽기의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p.60)

🏃‍♀️‍➡️ 삶의 방향

그러한 새로운 활동을 다양하게 조직화함으로써 인생을 준안정화해 나가면 되는 것이지, ‘진정한 나의 본모습’을 탐구할 필요는 없다, 그러니까 여러 가지를 하자, 여러 가지를 하다 보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라는 것입니다. 들뢰즈+가타리의 사상은 그렇게 낙관적이고, 행동으로 사람들의 등을 떠밀어 주는 사상이거든요. (p.72)

 

철학이라 하면, 방 안에서 '인생이란 무엇인가..'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이 문장을 읽으면서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의 기술>에서도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이전이나 지금이나 몸소 겪고 배우는 것이 중요함은 변하지 않은 듯하다.

본능이란 ‘제1의 자연’이고, 동물한테 그것은 상당히 자유도가 낮지만, 인간은 그것을 ‘제2의 자연’인 제도에 의해서 변경하는
것입니다. 여기서의 ‘제도’에는 ‘다른 것일 수 있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반대로 본능이란 고정적이고 그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제도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얼마든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인간은 다양한 방식을 취할 수 있지만, 원하는 타이밍에 어떻게든 변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p.147)
루틴 작성으로서의 질서화, 그것은 인간이 ‘본능으로 움직이는 동물이 다시 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동물의 경우, 아무것도 강제되지 않아도 처음부터 정해진 행동을 취할 수 있지만, 인간의 경우에는 외부로부터의 ‘구축’이 필요한 것입니다. 제2의 자연을 만드는 것입니다. (p.164)

 

루틴/계획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색다른 입장이었달까...

제도와 루틴 각각이 주는 느낌은 좀 다르긴 하지만, 정해놓고 지킨다는 맥락에서는 유사한 것 같기도 하고..

단순히 내 생활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제2의 자연'을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인간 자체의 본성인 걸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독서란

독서가 반드시 통독인 것은 아닙니다. 철학서를 한 번 통독하고 이해하기란 많은 경우 무리가 있으며, 얇게 덧칠하듯이 ‘빠짐’이 있는 읽기를 여러 번 행하여 이해를 켜켜이 쌓아 나가세요. 전문가들도 그렇게 읽어 왔어요.
애초에 책 한 권을 완벽하게 읽는 일은 없습니다. (p.217)
독서는 쌓는 것입니다. 통독하지 않아도 가능한 범위에서 이해하는 일을 반복해 주세요. 언젠가 읽기가 깊어질 것이고, 데리다 같은 사람의 글도 읽을 수 이께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p.239)

 

사실 철학책을 읽으면 '어렵다'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어떻게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결국 여러 번 읽는 것 밖에는 답이 없는 듯하다. 현재 내가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 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에 이를 이해하고 싶다면 읽고 또 읽을 수밖에.

예전에 대학교에서 철학 특강을 잠깐 들은 적이 있다. 한나 아렌트 관련 특강을 하시면서, "(철학) 책을 읽다가 이해가 안 되면 다시 읽으세요. 그래도 이해가 안 되면, 또 읽으세요. 읽어도 이해가 안 된다? 그러면 또 읽으세요."라는 말씀을 하셨다. 당시에는 약간의 장난기 섞인 말투로 이야기하셔서 그냥 "여러 번 읽으면 이해된다는 건가..~"하고 말았지만, 이번 책을 읽으면서 어떤 의미로 말씀을 하셨는지 약간은 갈피를 잡은 듯하다. 아마 겹겹이 쌓아가면서 읽으면 언젠가 이해가 된다. 안 읽힌다고 포기하지 마라.라는 말씀을 하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


책에서 설명하는 철학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곁다리의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철학 이야기는 나보다 책이 더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생략한다. 마지막으로 책의 장점을 몇 가지 언급하려 한다.

  • 현대사상 깔끔 정리
    • 철학에 대한 기본 이해 지식이 있어서 이해하기 편했던 거 일수도 있으나, 전반적으로 어려운 단어 없이 잘 읽힌다!
    • 어려운 부분은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여러 번 장에 걸쳐 반복 설명 해주기에 이해에 무리 없음
    • 같이 읽으면 좋을 책들도 많이 추천해주기에 궁금하다면 같이 읽어보면 좋을듯~
  • 현대 사상 읽는 방법 알려줌 (맨 마지막 장이 핵심이라 생각한다,,)
    • 사상 설명만 하고 끝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혼자 이해해 가면서 읽을 수 있는지, 스스로 읽을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 설명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같이 연습해 보면서 읽기 때문에 자연스레 익힐 수 있음
  • 철학 이야기뿐만 아니라 삶과 연관 지을 수 있는 이야기도 많음
    • 위에서 이야기한 내용들만 보아도 충분히 유추 가능하리라 생각..
    • 더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읽어보는 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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