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다양하게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코스모스를 들었지만...
흥미를 잃고 사르트르로 돌아왔다..~

책의 배경지식 없이 '일단 읽어보자!'하고 시작했는데, 사전 배경지식을 좀 알고 읽었더라면 더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이 남아 짧게라도 정리해 본다.

  • 책이 쓰인 시대적 상황
    • 2차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 지식인 사회가 전쟁과 점령, 레지스탕스 경험을 막 지난 뒤에 쓰인 책으로, ‘문학이 현실과 정치에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매우 날카롭게 제기되던 시기의 산물
  • 사르트르의 사상
    •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
    • 인간을 절대적으로 자유롭고 책임지는 존재로 보는 실존주의 철학자
  • 실존주의와 참여문학의 대두
    • 사르트르는 이미 「구토」, 「존재와 무」 등을 통해 실존주의 철학과 문학을 전개
    • 「문학이란 무엇인가」는 이러한 실존주의적 인간 이해를 바탕으로, 작가가 자신의 자유로운 언어 행위를 통해 역사와 사회에 책임 있게 개입해야 한다는 ‘참여문학’ 이론을 체계화한 저작

🔒 철학은 언제나 어려워...

글 자체는 다른 철학책에 비해 깔끔하게 작성된 듯하나, 내용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많은 품이 든다. 일단 내가 잘 모르는 작가들이 많이 나온다. 현대의 작가들도 아니고 그 당대의 작가들을 예시 겸 해서 나오다 보니 순간순간 막히는 부분들이 생긴다. 어느 정도 감안하고 넘어가더라도 한 작가에 대해 이야기를 전개할 때도 있고, 여러 명의 작가들을 예시로 들어 설명할 때도 있어서 글을 고해상도로 읽어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다.

내용의 해상도 저하로 인해 문맥을 놓쳐서 더욱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글을 읽다보면 작가가 다른 길로 빠진듯한 느낌이 든다. 근데 또 읽어 내려가다 보면 자연스레 원 주제로 돌아온다... 그래서 읽다 보면 문맥이 연결되기도 하고... 근데 막상 읽을 때에는 어떤 부분에 꽂혀서 길게 설명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진짜 마지막 페이지를 읽기 위해 앞의 모든 설명이 준비되어 있는 느낌이다. 사실 당연한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내 주장을 하기 위해 이런 근거들을 준비하고, 근데 그 근거들이 반박될 것이니 이런 근거들을 준비하고.. 이것의 역순인 느낌? 근거들과 반박과 논거를 쭉 설명하면서 나의 주장의 입지를 단단히 해 둔 다음 마지막에 짠! 정리! 하는 느낌으로 마무리가 된다. 다르게 생각하면 그는 책 내내 같은 이야기를 은근하게 계속하고 있다 볼 수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진짜 끝까지 읽어야 진가를 알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제발 끝까지 읽어줘..~


🗣️ 기억에 남는 문장들

그(브리스 파랭)는 대충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일이 있다. "당신이 내 앞에서 자유라는 낱말을 사용하면, 나는 흥분하거나 찬성하거나 반대한다. 그러나 내가 그 말로써 뜻하는 바는 당신이 뜻하는 것과 전혀 다르고, 그래서 우리는 공연히 떠들어 대는 것이다." (p.410)


철학과에서 리포트를 작성할 때, 어느 순간부터 단어 정의를 서두에 작성했었다. 00이라는 단어가 어떤 뜻으로 내 리포트에서 사용될지에 대한 사전정의가 습관적으로 굳어졌었는데, 이 글을 읽다 보니 추억도 생각이 나고, 사실 이런 방식은 철학책 읽다가 자연스레 터득한 부분이기도 했었는데, (사르트르에 의하면) 현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단어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고 중간에 멈춰버린 탓이라고 하니 공감도 가고 재밌었다.

우리의 역할은 너무나 분명하다. 즉 문학이 부정성이라는 차원에서 할 일은, 노동의 소외에 대해서 항의하는 것이다. 그리고 문학이 창조이며 초월이라는 점에서는, 그것이 할 일은 인간을 ‘창조적 행동’의 측면에서 제시하고, 더 나은 상황을 향해서 현재의 소외를 초월하려는 인간의 노력에 협력하는 것이다. (p. 346)

 

이 부분을 읽으면서 '완전 처음 듣는 이야기!'라기 보다는 '맞지 맞지'라는 느낌에 가깝게 읽혔다. 물론 문학의 역할을 위의 문장으로 단정 지어 생각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가 가져야 할 태도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다. 다만 그와 동시에 과연 그 당시의 사람들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을지에 대한 의문도 들었다. 현재의 시각에서 과거의 책을 바라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것들이 많지만, 그 당시에는 꽤나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을지도 모른다. 이는 이후 사르트르가 참여문학 이론의 기틀을 닦은 사람이라는 점을 알고 난 후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 정도는 해야 철학자 하는구나... 싶기도 했다.

데카르트 방법서설 3권 중: “나의 세번째 준칙은 운명보다도 나 자신을 극복하려고 애쓰고, 세계의 질서보다도 나의 욕망을 바꾸려고 애쓰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이는 주석에 적혀있던 글인데, 뭔가 현대인의 생각방향과 유사한 듯하여 꽤 인상적으로 읽혔다. 나중에는 데카르트도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내가 지적한 것처럼 한 집단은 문학을 통해서 반성과 사유의 길로 들어서며, 불행 의식을 갖추고 자신의 불안정한 모습을 알게 되어, 부단히 그것을 바꾸고 개선해 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요컨대 글쓰기의 예술은 어떤 변함없는 신의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며, 인간은 자신을 선택하면서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p.430)

 

그의 마지막 문단에는 위와 같은 내용이 적혀있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부분을 읽으며 그제야 "아, 이 이야기를 하려 했구나..!"를 깨달았다. 때로는 난해하고 때로는 와닿지 않던 부분들이 정리되며 뭔가 개운함이 느껴졌다. 그의 사상에 대해 더 알고 싶고 다른 서적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누군가에게는 안 맞고 재미없는 책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읽고 나면 나름의 뿌듯함과 생각할 거리들이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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